[Blue Archive] I Became a Superhero in Kivotos

Chapter 38



1.

게마트리아.

[블루 아카이브]에서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세력.

자신들을 연구자이자, 관찰자라 소개하며 모종의 이유로 키보토스의 학생들을 노리고 있는 작중의 흑막이나 다름없는 녀석들.

언젠가는 만났어야 할 세력이지만, 그 순간이 지금이 될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당장이라도 놈들을 공격하거나,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그들이 꺼낸 주제를 들은 순간,

나는 그 생각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주제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궁금할 수밖에 없는 주제였으니까.

2.

신비를 잃었다.

어른이되 어른이 아니고, 학생이되 학생이 아니다.

솔직히 이해하기 힘든 말이었다. 정확히는 어떻게 저러한 사실들을 알았는지가 제일 궁금했다.

이 세계에서 말하는 신비(Mystery)란 간단하게 말해서 ‘학생이 지닌 미지의 힘’을 의미한다. 그 예시로 검은양복은 호시노를 두고 ‘키보토스 최고의 신비’라는 문장을 사용한다.

실제로 호시노는 작중에서 다른 학원의 강자들과 비견될 정도의 강함을 보유하고 있다고 묘사된다.

그런 측면에서 판단해보면 내가 신비를 잃었다는 말은 성립되기 힘들다.

지금껏 내가 해낸 일들을 보면 ‘신비가 없다’고 판단하기 힘든 업적이 많지 않은가?

왜 검은 양복은 저러한 결론을 내렸는가.

내가 ‘모브’의 몸에 빙의했기에? 그것도 아니면 평범한 학생이 아닌 ‘빙의자’의 신분이기에?

알 수 없었다. 납득가는 이유는 아니었다.

애초에 저들이 내가 빙의자인 사실을 어떻게 알겠는가.

그저 짐작할 수 있는건, 저들이 호시노의 신비를 파악했던 것처럼 나의 신비도 파악하는 어떠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째서 없는게 아닌 ‘잃었다’고 표현한거지?’

마치, 내가 본래는 지니고 있었다는 말투.

본래라면 단순히 넘겼을 말이지만, 저 말을 내뱉은 주체를 생각하면 쉬이 넘겨듣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렇기에, 나는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이해할 수 없었기에 질문을 던졌다.

솔직히 마음만으론 놈들과 대화하는 행위 자체를 회피하고 싶었으나,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초현상특무부에 가입하기를 마음 먹었을 순간에 떠올렸던 생각들이 떠올랐기에.

나는 왜 빙의했는가.

어째서 나는 이곳에 왔는가.

본인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 그것의 파편이라도 알아갈 수 있다면 저녀석들이 꾸며놓은 무대에라도 직접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기에 질문을 던졌다.

이는, 상대의 노림수대로 놀아나주겠다는 표시였다.

그에 검은 양복의 입가에 새겨진 균열이 아주 조금 더 벌어지며 즐겁게 웃는 듯한 모양새가 되었다.

다만, 들려온 것은 내가 바라는 대답이 아니었다.

“오히려 제가 묻고싶군요. 어째서 학생이면서 어른의 특성을 함께 지닐 수 있는겁니까?”

“……뭐?”

“당신은 실로 모순적인 존재입니다. 저희가 당신을 관찰하며 얼마나 경악했는지를 아십니까? 당신은 이미 ‘완성’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표상하는 ‘어른’의 형태가 당신에겐 이미 갖추어져 있더군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은 학생의 상징마저 갖추고 있는 것입니까?”

내가 학생이면서도 어른의 특성을 지니는 이유.

이는 내가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기 때문인가?

하지만 여기서 드는 의문. 저들이 이야기하는 어른이 무언가로 ‘완성’된 존재를 의미한다면, 나는 과연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아니. 단순히 내가 다른 세상에서 왔다고 ‘완성’된다는 의미를 가질 리가 없다. 그렇다면 저들은 나의 무엇을 보고 ‘완성’되었다 표현하는가.

그것은 바로─.

“「불가해」. 당신은 저희와 마찬가지로 「불가해」한 존재이기에, 저희는 당신을 어른이라 칭합니다.”

“…….”

내가 지니고 있는 ‘이해할 수 없는 힘’ 때문이다.

그들의 이해에서 벗어난, 나조차도 근원을 짐작하기 어려운 힘. 본래대로라면 ‘신비’를 그 근원으로 짐작했을 능력들. 허나 저들은 말했다.

“어째서? 당신에게 느껴지는 신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학생이라면 본디 지니고 있어야 할 신비가, 당신에게선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군요.”

내게 신비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정확히는, 잃어버렸다고.

허나, 이 부분에서 드는 의문이 있다.

“내가 신비를 잃었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데?”

믿고 싶지 않았기에? 아니다.

신비든 뭐든, 나에겐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그저 너희의 주장을 증명해보라는 반박이었다.

이에 대답한 이는 검은 양복이 아니었다.

“그 부분은 제가 대신해서 말씀드리죠.”

트랜치코트를 입은 채, 한 손에 두상화 액자를 들고있는 기이하게 생긴 사내.

정확히는 그가 들고있는 액자 속 존재가 말했다.

“저는 <게마트리아>의 골콩트, 인사는 생략하도록 하죠.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간단합니다. 저희가 당신이 신비를 잃어버렸다 판단한 근거는 바로, 당신이 지극히 편의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

뭔 소리야, 저건.

내가 표정을 구기든 말든 골콩트는 말을 이었다.

쉬이 이해할 수 없는, 지극히 메타적이고 문학적인 문장으로 말이다.

“본래 이 무대의 이야기는 이러한 흐름이 아니었습니다. 보다 더 문학적이고, 비극적인 형태로 시작되어야 했을 이야기. 그 구성의 텍스트를 당신께서 비틀어버린 것입니다.”

“…….”

“모든 이야기엔 조연과 주연, 그리고 주인공이 정해져 있습니다. 제가 표상하는 텍스트의 주인공은 필히 당신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의 존재로 이야기는 뒤바뀌었고, 구성을 잃었습니다.”

본래, 조연이었을 당신께서 하신 일들로.

저 말을 끝으로 골콩트는 말을 잠시 멈추었다.

순간, 섬뜩한 말이기도 했다. 골콩트의 저 말은 내가 그를 방해했다는 의미로도 들려왔기 때문에.

말투는 차분했지만, 골콩트의 말 안에는 숨기지 못하는 격양된 감정이 담겨있었다. 그것은 마치 분노같기도 했으며 동시에 열광과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골콩트가 나라는 존재에게 깊은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내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골콩트를 바라보고 있을 무렵, 검은 양복이 그 뒷말을 이었다.

“기록되지 않은 존재. 잊혀진 존재. 이야기 속에 남겨지지 않은 신비. 마치 지금은 사라졌어야 할 ‘그들’을 연상케 하는 부분들이지 않습니까?”

“……‘그들’?”

“신비란 곧, 정체성입니다. 존재성이기도 하죠. 키보토스가 ‘학생’이라 규정하는 이들은 모두 신비에 걸맞는 ‘명칭’을 지니게 됩니다.”

학생들의 이름과 신비의 연관성.

단순히 이름 뿐만이 아니라, 학생들과 연관된 여러 요소들이 그녀들 각자가 지닌 신비와 연관되어있다.

검은 양복이 말하는 바는 이것이었다.

“그 명칭이, 당신에겐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름 없는 영웅. 당신의 그 이름은 그저 행적의 모사(模寫)에 불과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이 키보토스엔 당신과 같은 명칭을 지닌 신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다시금 묻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물었다.

“당신의 진짜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의 존재성을.

3.

검은 양복이 물었다. 내 진짜 이름이 무엇이냐고.

나는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경악해서? 그것도 아니면 말할 수 없어서?

‘어?’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둘 다였다. 검은 양복의 물음에 기억을 되돌아보아도 내 빙의 이전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유일하게 떠오르는 것은 내 진짜 이름이 아닌, 이 세계에서 ‘부여받은’ 두 번째 이름 뿐.

그것은 진짜 내 이름이 아니다.

내가 이곳에 오고난 후에 새겨진, 모자이크로 칠해진 흔적에 불과했지. 그 이후 프롤로그 시점에 선생과 눈을 마주치며 부여받은 ‘나나시 히이로’라는 이름도 나의 진짜 이름은 아니었다.

“이게, 대체.”

기억을 되새긴다. 내가 기억하는 모든 장면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리지만 오직 한가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이름. 명칭. 나의 존재성.

그 사이, 어떤 순간에서도 내 진짜 이름을 떠올리거나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진짜 이름.

본래 가지고 있을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마치, 머릿속에서 지워지기라도 한 것처럼.

왜? 어째서?

머릿속에서 뽑혀나가기라도 한 듯이 사라졌다.

지금껏 살아온 흔적은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오직 나의 이름에 대한 것만이 지워져 뭉개져있었다.

처음으로. 아주 처음으로 공포를 느꼈다.

“대체, 이게, 무슨……?”

“신비가 반전된 존재나, 태초부터 신비를 품지 않은 이들마저 소유하는 것. 이름이란 그런 것입니다.”

나에겐 없는 것.

정확히는 없어진 것. 그 괴리감이 나를 덮쳤다.

“큭큭큭. 궁금하지 않습니까? 어째서 자신이 신비를, 이름을 잃었는지. 당신이란 존재가, 어째서 이름을 잃은 어떤 존재들과 지극히 닮아있는지를.”

“…….”

전신이 떨렸다. 이해할 수 없는 미지. 그것을 마주하게 된 대가는 컸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린 과거의 자신을 잠시 저주할 정도로.

검은 양복의 물음에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은 뭘 말하는지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그저 궁리만을 계속했다.

‘왜, 이름이-’

어째서 기억나지 않는가.

분명 머릿속에서 지구에서 보냈던 기억들은 남아있는데, 오직 내 이름 석자만 떠오르지 않았다.

혼란스럽고, 두렵기까지 한 상황.

이 순간에 내가 무슨 판단을 내려야 할까.

‘아니, 이성적으로 생각하자.’

판단. 판단. 판단. 생각을 거듭한다.

내가 기억하던 것들에 오류가 있었다는 소름끼치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괴담이나 다름없는 순간, 허나 본능적으로 이 감정에 잡아먹혀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떨쳐냈다. 여전히 마음 속에서 울렁거리는 불안을 애써 지워내며 그저 직관만을 남겼다.

‘진정하자.’

머릿속으로 되뇌였다.

정명한 이성을 품고, 목표하는 바를 담았다.

그러자, 나와 동일하게 충격에 빠져있던 초감각이 천천히 되살아나며 나에게 일말의 직감을 전해왔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같았다.

“너희와 내가 추구하는 바는 다르다.”

“큭큭. 그렇습니까?”

“그러니 너희는 나의 적이 되겠지. 필연적으로.”

“아쉽지만, 만약을 위해 다시금 물어보겠습니다. 정말 게마트리아와 협력할 생각은 없으십니까?”

“없다.”

이는 필연적인 결과이자, 직감이었다.

저 존재들이 나에게 보내오는 관심들은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선생 또한 그러했으니까.

내가 저들에게서 해답을 갈구한 이 선택이, 오히려 앞날의 고생길을 열었다는 판단마저 들었으나.

그럼에도, 눈앞에 있는 저 존재들이.

내가 모르던 비밀을 알게 해줬다는 사실과, 지금 당장 해치울 수도 없다는 직감만이 나를 멈춰세웠다.

“그러니까 빨리 눈앞에서 사라져.”

그렇지않으면 저녀석들을 공격하게 될지도 몰랐으니까. 내 말에 그들은 각자 대답했다.

“당신은 편의적입니다. 작위적이며, 부조리한 존재입니다. 이 세계가 표방하는 텍스트에 무작위로 난입하여 이야기의 개념을 뒤트는 존재. 그 어떤 맥락도, 개연성도, 구성도 잃게 만드는 존재. 그것이 당신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당신의 기호를 통해 당신이 표방하는 은유를 탐구할 것입니다.”

[그렇다─!!]

골콩트 & 데칼코마니는 언제나 그렇듯 문학적이고 메타적인 발언을 하였고.

“그래. 그러니 보여다오! 그대, 영웅이여. 나의 뮤즈여. 당신이 표상하는 신념과 지혜, 그리고 그 품격을……! 그리고 부디 내 <숭고>에 대한 답을 내려주길 바란다……! 나의 ‘작품’에 전력으로 응하여, 그대가 내린 해답을, 대가를, 그 힘을 보여다오……!”

마에스트로는 자신의 예술과 작품을 찬미하면서, 동시에 나를 뮤즈라 칭하고 찬사를 보내왔으며.

“당신이란 존재 자체가 실로 흥미롭습니다. 신비를 잃고, 이름을 잃고, 한없이 모순적이면서 그 형상은 명백한 ‘완성’을 띠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당신을 관찰하고, 탐구하길 소망합니다.”

검은 양복은 지식의 탐구와 호기심을 드러내며 자신의 목표를 나지막히 선언하였다.

저들이 만들어낸 무대.

유령회사, 의뢰서, 테러화 병사, 데카그라마톤.

이 모든 요소가 무대의 배경에 불과했다.

저들의 목적은 나와의 만남이자, 탐구였던 것이다.

내 학생으로서의 첫 활동이 저것들에겐 단순히 독대를 위한 구실이었다.

그렇기에.

“다 꺼져, 이 새끼들아.”

그것만이 내가 그들에게 건네줄 수 있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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