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4
“으음…”
눈을뜨자익숙…하지않은천장이보였다.
천장에새겨진복잡한패턴은고아원천장도,내기숙사천장에서도보지못했던것이었다.
‘…뭐지?’
머리가어지러웠다.
평소아침에일어났을때에도가끔머리가띵할때가있긴했지만,지금은뭐랄까…누가머리를망치로두들기는것같았다.
심장이두근거릴때마다그충격이뇌까지전달되는것같았다.
고개만돌려창문을바라보자아침햇살이커튼아래로들어오고있었다.
“으윽…”
머리를부여잡으며천천히몸을일으키던나는왼쪽팔이묵직하다는것을깨달았다.
고개를돌려왼쪽을바라본나는…
“……”
“……”
“?!?!?”
화들짝놀란나머지목에서뚜둑소리가날정도로격렬하게고개를틀어버렸다.
“무,무무,무슨…?!”
심장이쿵쾅쿵쾅목젖을두들기는것같았다.
머리가더욱어지러워졌다.
그만큼방금본장면은경악스러운것이었다.
“…헛것을본건가?”
그렇게생각하며다시고개를돌린나는-
뚜둑-
또다시목을뒤틀었다.
아무리허상이라도저성스러운장면을보는것은내심장이받아들이지못했다.
그러나허상인지아닌지정도는확인을거쳐야한다고생각한나는용기를내었다.
눈을딱감고손을슬그머니왼쪽으로뻗자,허공을지나마침내목표물에닿는손.
물컹~
“!!!!!”
헛것이아니었다.
헛것으로치부하기에는이감촉은내상상력으로감히구현할수없는것이었다.
손가락이파묻힐정도의크기와깊이감.
“…꿀꺽.”
손가락을떼야한다는것은알고있었지만…
도저히손가락이떨어지지않았다.
뇌에서보내는명령이손에도달하지않-
…라기보다는뇌도이미즐기고있었다.
‘에라모르겠다.’
주물주물…
이세상그어떤푸딩도이봉긋한언덕보다부드럽지는않을것이다.
손아귀를가득채우는것을넘어한손으로다잡히지도않는크기는너무도비현실적이었지만,그만큼이상적인크기였다.
정신없이감촉을만끽하던나는문득피부에느껴지는감각이평소의아침과는조금다르다는것을깨달았다.
아쉽지만손을뗀나는이불을살짝들어올려보았고,
“오,맙소사…”
옷가지하나걸치지않은내몸을보게되었다.
“도대체어제무슨일이-”
어제의일을떠올리려고하자그즉시머리가깨질듯이아파왔다.
“끄으윽…!”
끔찍한두통에시달리던나는본능적으로해결책을찾아냈다.
물컹~
다시풍만한언덕에손을올리자마음이안정되며두통이가시는것같았다.
주물주물…
두통이가실때까지푸딩같은감촉을즐기던나는문득고개를들어릴리스의입술을보게되었다.
‘그러고보니오늘은누구차례였더라?’
내가먼저일어난것을보아하니내차례인것같은데.
이상하게도릴리스의입술을보면머리가아파왔다.
결국키스를포기하고일단정신을차리기위해씻기로했다.
욕실에가려고일어나던그때,
“안돼.”
“으헉!”
언제일어난것인지,릴리스가나를잡아당겼다.
반쯤일어난상태에서뒤로넘어갔으니,뒤통수에올충격에눈을질끈감은나는…
물컹~
세상에서가장부드러운쿠션이머리를받아준덕분에아주안정적으로착지할수있었다.
고개를돌려보니나른한미소를짓고있는릴리스가있었다.
“잘잤어?”
“네…”
뒤통수에닿는감촉때문에상당히곤란한상황이되었다.
황급히이불을당겨하반신을가렸다.
“어,어제무슨일이있었던거예요?”
그러자릴리스의얼굴이찌푸려졌다.
“…뭐?”
릴리스의입에서흘러나온말에는옅은분노가서려있었다.
웬만해서는내게그런감정을드러내지않는릴리스였기에나는식은땀을흘렸다.
‘지,진짜무슨일있었나본데?’
‘당연하지! 젊은 남녀가 한 침대에서알몸으로뭘했겠어!’
속마음으로자문자답을한나는어제의일을기억하려애썼다.
만약어제우리가그…렇고그런일을했다면,못기억하는나는희대의죄인이었다.
“어…그…”
아무리노력해봐도머리가지끈거리기만하고어제의일은흐릿한감정만떠올랐다.
뭔가상당히…정열적이었는데…
눈동자를이리저리굴리며고민하던그때,
“머리는괜찮아?”
릴리스의손바닥이이마를덮었다.
따뜻한손바닥의온기에두통이가셨다.
“아팠는데,릴리스가만져주니까괜찮아졌어요.”
“다행이네.”
나는계속릴리스의얼굴을흘겨보며그녀의눈치를살폈다.
그런내시선을눈치챈릴리스가부드러운미소를지었다.
“어제일정말기억안나?”
“…네.떠올리려하면머리가아파요.”
“숙취때문일거야.억지로기억하려고하지말고일단쉬면서천천히생각해.”
릴리스는나를꼭안아주었다.
맨살이만나며기분좋은따스함이나를감쌌다.
야릇한기분보다는포근하고따스한,마음이안정되는기분이었다.
“릴리스…”
그녀의상냥한마음에감동이물밀듯이밀려왔다.
“일단씻어.아침먹고천천히생각해보자.”
“네…”
고개를끄덕인나는몸을일으키…
…
음…
“…릴리스?”
“응?”
“그…놔주셔야일어날것같은데요.”
“아…”
릴리스는잠시침묵하더니,
“…조금만.조금만더이러고있자.”
“……”
“따뜻하고좋지?”
“…네.”
거절하기에는너무도포근한품이었다.
—-
시간이지나릴리스에게서풀려난나는욕실에서샤워를했다.
쏟아지는물을입으로받아내며,
“아아라라랑랑라어아아아라아…”
괴상한소리를내며멍하니욕실천장에맺힌물방울의수를세었다.
‘하나,둘,셋…’
확실히샤워를하니머리가맑아졌다.
속은좀쓰렸지만,그래도머리는나름괜찮아진것같았다.
멍을때리던와중방금전릴리스의목소리가떠올랐다.
‘…뭐?’
그목소리에담긴감정은분명한분노였다.
‘화나겠지…나같아도화나겠다.’
나자신의멍청함에한숨을푹내쉬자,
“커흡!”
멍때리느라물을받아내고있었다는사실조차망각했던것같다.
물줄기가목젖을강타하며헛구역질이절로나왔다.
“우욱…”
속이진탕이된것같다.
진탕…
진탕?
머리가어지럽고속이쓰리다.
‘아까릴리스가숙취라고했지?’
딱술에꽐라가된이후의증상이었다.
기억이끊기는것도들어본증상중하나였다.
‘술…내가술을언제마셨지?’
기억나는것은레스토랑에서나와릴리스의도시락을먹었던것까지였다.
그이후에…
지끈-
“으윽…”
결국기억을떠올리는데에실패한나는수도꼭지를잠갔다.
수건으로머리를털던나는문득내몸을내려다보았다.
“…옷이어디갔지?”
그러고보니릴리스가준옷도어딘가로사라져있었다.
…혹은사라지게만든것일수도.
나는욕실문을조금열었다.
살짝열린틈으로고개를빼꼼내민나는릴리스를불렀다.
“저,릴리스?”
“응?왜?”
“옷이없어서…”
“아!맞다,맞다.”
잠시기다리자릴리스가옷을가져왔다.
“감사합-”
휙
옷을가져가려던그순간,릴리스가내손이닿지않을곳까지뒷걸음질쳤다.
“릴리스?”
“…굳이입어야해?”
“…네?”
황당한마음에릴리스를바라보…눈에살색이들어오는것을확인한나는곧장고개를푹숙였다.
“적어도옷은입어야하지않을까요?”
“어차피다봤잖아.”
“그,그래도…”
“내몸보고싶지않아?”
“……”
보고싶었다.
잠깐보았지만릴리스의나신은마치신이만든조각상같았다.
방금전에보았던것이아니라더예전,우리가처음만났을때알몸으로현실에나와있던릴리스를본기억이아직도생생했다.
그때부터그몸을제대로봐보고싶다는욕망이있었지만…
“어제도잔뜩봤으면서?”
“그때는취해있었으니까…”
“흐응…”
릴리스의불만어린콧소리가들렸으나어쩔수가없었다.
지금릴리스의나신을봐버리면심장이터져버릴것같았다.
잠시침묵하던릴리스는,
“좋아.”
스륵-스륵-
피부와옷자락이쓸리는소리가들리고잠시뒤,
“됐어.”
슬며시고개를들자익숙한드레스를차려입은릴리스가보였다.
안도와 함께 옅은 아쉬움이 느껴졌다.
릴리스는볼을가득부풀린채내게옷을건넸다.
빠르게옷을챙겨입고욕실을나서자분명없었는데어디선가나타난식탁에음식이차려져있었다.
음식은빨간색의국물요리와밥,그리고김취?아무튼매콤한채소무침이었다.
“얼른와서먹어.밥식겠다.”
릴리스의옆자리에가서앉은나는처음보는음식에머뭇거리며릴리스에게물었다.
“저,릴리스.이건무슨음식…”
“아,이건해장국이라고.숙취에좋은거야.밥을말아서같이먹어.”
숟가락으로밥을떠넣고이리저리젓자금세밥알이풀어졌다.
국물과함께밥을떠먹자뜨끈하고얼큰한국물이느글거리던속을씻겨주는것같았다.
“어때?”
“우물우물…맛있어요.속도개운해지는것같고요.”
“많이먹어.식사끝나면내가머리개운해지는마법도써줄게.”
숙취해소마법도있단말인가?
처음듣는마법이었지만,솔직히누군가는만들었을마법이긴했다.
뜨거운국물에숨을몰아쉬며밥을먹고있자니,릴리스가말을걸었다.
“몇시간이나잤는지알아?”
“언제잤는지도가물가물해서…”
“12시간을훌쩍넘겼어.”
“네?진짜요?”
내인생에서가장길게잔시간아닐까?
“진짜야.어제점심먹고여기들어와서…조금있다가잤으니까.”
그조금의시간동안우리는대체뭘한걸까.
내가식사하는모습을물끄러미지켜보던릴리스는갑자기손을휘저어허공에서무언가를꺼냈다.
“어?그건…”
그릇에올려진뽀얀색의길쭉한음식.
이름이분명…
“가래떡아니에요?”
“맞아.”
릴리스는가래떡을하나들더니끄트머리를입에물었다.
“?”
릴리스가그걸먹을리는없고,의도가궁금하여멍하니지켜보고있자…
“츄웁…쯉…쮸우웁!”
릴리스는가래떡을빨기시작했다.
중간중간입을뗄때는혀로가래떡을휘감아핥았다.
어딘가야릇한그움직임에하반신이움찔거렸다.
릴리스의눈이나를향하고있었다.
마치보라는듯이가래떡을빠는릴리스.
그모습에나는뭔가떠오를것같은기분에사로잡혔다.
그리고마침내.
볼을부풀린릴리스의모습이떠올랐다.
꿀꺽…꿀꺽…
그녀의목울대가꿈틀대었고,이내전부삼켰는지눈을뜬릴리스는,
‘잘먹었습니다.’
만족스러운미소와함께속삭이는릴리스의목소리.
‘어?’
이어서떠오르는낯뜨거운기억들.
‘사랑해,릴리스.’
얼굴이뜨겁게달아오르는것같았다.
‘내,내가어제무슨짓을…!’
터질것같은얼굴을두손으로감싸자릴리스의목소리가들려왔다.
“어때,기억났어?”
나는얼굴을가린채로고개만끄덕였다.
“후훗,다행이네.”
다행…이긴했는데…
“괜찮아?”
“…릴리스야말로.”
“응?”
“…괜찮아요?”
그러자릴리스가웃으며답하길,
“그럼,당연하지.”
아무리술에취했다고하지만도대체내가무슨정신으로그런짓을했는지…
부끄러워서얼굴을들수가없었다.
릴리스의 손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내 손 위로 올라왔다.
“왜, 부끄러워?”
나는기어가는목소리로답했다.
“…네.”
“왜?”
“저도 모르겠어요, 그냥…”
그러자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후훗, 귀여워라.그래도마지막선은안넘었잖아?”
“마지막선빼고전부넘었잖아요.”
내말에릴리스는 침묵했다.
긍정의의미가담긴침묵이었다.
그리고툭던져지는쐐기같은말.
“그래서별로였어?”
“……”
부끄러운이유는행위자체에만있지않았다.
더큰문제는기억에담겨있는쾌락의파도가계속떠오르며하반신이슈가생긴것이다.
좋았다.
너무좋았다.
또하고싶을정도로.
“…좋았어요.”
“그럼된거아니야?우리사이에해서안될짓을한것도아닌데부끄러워할필요가있어?”
“그건그렇지만…”
나는한숨을푹내쉬며생각을정리했다.
‘그래,약혼까지한사이인데이런것정도는얼마든지…응,얼마든지할수있지.그리고마지막선은안넘었으니까뭐…’
…그것마저넘기까지긴시간이걸리지는않을것같지만,어쨌거나.
“얼른밥먹어.이러다지각하겠다.”
“…지각?”
잠깐,그러고보니오늘은…?
나는화들짝놀라며릴리스를바라보았다.
“리,릴리스!오늘평일-우븝…”
불쑥튀어나온가래떡이입을틀어막았다.
“다먹으면내가순간이동으로곧장기숙사로갈테니까.밥부터다먹어.안그래도어제저녁도거르고잠만잤는데뭐라도안먹으면속다배린다?”
나는가래떡을오물오물씹으며고개를끄덕였다.
순간이동이라면충분히시간맞춰서도착할수있을것이다.
그런데…
‘…가래떡이뭔가축축한데?’
그러고보니이건…
“?!”
내반응을본릴리스가장난끼넘치는미소를지었다.
“맛있지?”
나는얼굴을붉히며고개를푹숙였다.
—-
식사를끝내고나갈채비를하던그때.
“아서.”
릴리스가의미심장한시선을보냈다.
“나, ‘식사’ 좀해도될까?”
잠깐이지만릴리스의시선이내하반신을향한것을본나는슬며시손으로그곳을가렸다.
“그…아침부터그런-”
쪼옥
기습적인키스에나는멍한표정을지었다.
“후훗,오늘은이걸로충분해.어제 ‘잔뜩’ 먹었으니까.”
입술을쓸어내리는야릇한혀의움직임을본나는손을통해그곳의꿈틀거림을느꼈다.
“자, 얼른…”
릴리스가 입술을 내밀었다.
어제의 기억이 떠오르며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쪼옥
거절하기에는 너무도 달콤한 키스였다.
츄릅…
이거, 한동안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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