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7
이른아침일부러평소보다일찍일어나품속에쏙들어와있는그를내려다보았다.
그의콧바람이목덜미를간지럽히며간간이가슴골로들어왔다.
“후훗….”
자고있을때의아서는마치귀여운소동물을보는것같았다.
숨을고르는연약한얼굴을보고있자니보호욕구가샘솟았다.
언제까지고그런아서를지켜보고싶은마음이지만어쩔수없이그를깨워야했다.
몸을살짝떨어뜨렸다가그의입술을내것으로꾸욱눌러보았다.
그의몸이살짝움찔거리긴했지만눈은뜨이지않았다.
계속해서버드키스를연발해봤지만눈을뜨지않는아서.
“우웅?왜안일어나지?”
고개를갸웃거리며본격적인키스를이어갔다.
수위가좀높아져도아서는눈을뜨지않았다.
그모습에한달전모습이오버랩된나는혹시나하는마음에그의코아래에손가락을가져다대었다.
따뜻한숨결이손가락을간지럽히는걸보아하니다행히살아있었다.
결국극약처방을결심하며그의입을손으로벌렸다.
그리고혀를집어넣어그의입내부를이곳저곳핥으며유린한다.
그래도일어나지않는아서.
이건뭔가이상했다.
“아서.너깼지.”
“혀까지썼는데잠에서안깰수가있어?”
“…안일어나려고?”
그는침묵했다.
“뭐,좋아.그럼말이야….”
자는척하는아서의위로몸을뉘이며그의귓가에속삭인다.
“안일어나면…..내가뭔짓을할지모르는데…?이를테면….”
동시에손을그의하반신으로….향하는척하면서기습적으로그의귀에바람을불어넣었다.
“후우우~”
“흐끼야악?!”
괴상한비명을지르며일어난아서.
싱긋웃어보이며아침인사를건넨다.
“좋은아침이야,아서.”
“조,좋은아침이예요,릴-”
“좋았어?”
“…네?”
“얌전히누워서받는키스.좋았어?”
“……”
아서가얼굴을붉히며답했다.
“…넵.좋았습니다.죄송합니다.”
“네가좋았으면됐어.하지만….”
말끝을흐리며입술을꾹눌러보인다.
“내일은네가깨워줄차례라는거.잊지마?”
내일아침이기대되는순간이었다.
—-
아침거리로올드원을잡아와방으로돌아오자그가처음보는명함을들고있었다.
“무슨명함이야?”
“우왁?!”
아서가화들짝놀라며가슴을부여잡았다.
“어머,미안해~내가조심성이없었네.”
“제발인기척좀내세요.심장터질뻔했네….”
…심장?
나도모르게표정이안좋아진모양이다.
아서가실수했다는표정으로나를보고있었다.
“…그런말은하지말아줘.”
그말을듣자마자한달전의그가떠올라버렸다.
내눈앞에서생명을잃어가던그의모습.
눈물이펑펑흘러나오던그때가떠오를때마다가슴이쿡쿡찌르듯아파왔다.
“죄송해요.”
의기소침해져고개를푹숙이고사과하는그를보자곧장마음이풀렸다.
‘아,너무귀여워.사랑스러워.보호해주고싶어.’
그의턱을잡아올리며조곤조곤말을건넸다.
“아침먹자.”
그러자아서의눈에열기가담기기시작한다.
“…릴리스,배안고파요?”
“응?자,잠깐아-으뭄…”
즉시내게안기며입술을덮쳐오는아서.
나는기쁘게그에게화답해주었다.
‘얼마든지나를원해줘.언제든지기쁘게받아줄게.’
—-
아침식사가마무리될적.
아서가내게말을건넸다.
“아,맞다.릴리스저오늘오후에외출좀해도될까요?”
‘데이트!데이트맞지?’
이야기를하며가라앉았던마음이다시들뜨기시작했다.
“그래?어디가볼까?정해둔곳있어?”
“아뇨,저혼자다녀올곳이……어….”
혼자…?
혼자?
혼자가뭐지?
……..
…나랑떨어져있겠다는거야?
왜?
왜?
왜?
“혼자서간다고?왜?내가없어야해?왜?”
이해할수없었다.
분명방학이라고하지않았는가.
2주라는시간의휴일이라고하지않았는가.
그런데나와떨어져있겠다고?
왜?
“아…저….그게…..”
대답을못하는걸보아하니나에게말못할이유가있는것이다.
“말못해?”
아서는고개를끄덕였다.
내게말못할일?
설마….여자?
이내마음속으로고개를저었다.
그럴리가없어.
아서는나만바라볼거야.
이미약혼까지했는걸.
“하아….위험한일은아니지?”
“네,그건확실해요.”
“…알겠어.다녀와.”
“고마워요.”
표정을밝아지는아서를보니어두워졌던마음이바로풀어져버렸다.
그의반응하나하나에슬프고,다시기뻐지길반복한다는것은,내가그만큼아서에게빠져있다는증거겠지.
그렇게생각하자기분이좋아지긴했으나,오늘은무리더라도내일만큼은계속붙어있고싶었기에.
“대신내일은꼭둘이서데이트하는거야.알겠지?”
“좋아요.”
이렇게약속을받아내었다.
—-
즐거운시간은빠르게흘러간다고그랬던가.
아서와보낸오전시간은순식간에지나갔다.
나갈준비를하는아서에게다가간다.
“잠깐만아서.”
아서의옷매무새를정리해주는동시에그의교복칼라에뱃지를달았다.
“네가위험하면내게신호가오는마법뱃지야.절대빼지않겠다고약속해.”
“절대안뺄게요.약속해요.”
분명사랑고백에약혼까지마친사이긴하지만….
불안한것은어쩔수없었다.
순수하고,친절하며,착하디착한아서였기에,주변에그를유혹하는쓰레기가다가올지도몰랐다.
‘미안해,아서.’
앞으로는저번과같은일을되풀이하지않을것이다.
“도장.”
쪼옥!
약속의증거로입술도장을요구하자그가웃으며입을맞춰주었다.내눈치를보면서만족할때까지소리내어키스를해주는그가너무도소중하게느껴졌다.
“다녀올게요.”
“응,다치지마~”
“네엡!”
아서가나가자….
“…추워.”
마치빛을잃어버린것같다.
끝없는어둠속에,빌어먹을혼돈속에,추운겨울속에홀로던져진것만같은기분.
아서가누웠던침대,아서가덮었던이불속으로들어가남아있는그의흔적을탐했다.
이렇게라도하지않으면미쳐버릴것만같아서.
그런데그때.
“!!!”
아서에게붙여둔감시자에게서신호가왔다.
‘벌써?!’
곧장감시자의위치로이동하자아서를끌어안고있는인간이보였다.
레티라고했던가?
아서의말로는그를자주도와준친구라고했던가.
물론그녀에게는고마운마음이었다.
아서를지금까지버티게해준기둥이었을테니까.
하지만이제는아니다.
그의버팀목은오로지나혼자만이고싶었다.
그리고저건….
‘…포옹은친구끼리는잘안하지않나?’
저인간.혹시아서를….?
아서는시간을확인하더니빠르게자리를벗어났다.
본래라면방에서그를기다려줬을테지만….
이번만큼은그를따라가보기로했다.
뱃지로는늦을수도있으니까.
혹시라도만난다는사람이여자라면?
‘그때는…..’
나도내가어떻게나올지예상이되지않았다.
—-
다행히도아서는여자와단둘이만나거나하지는않았다.
쌍둥이로보이는두남녀와만난아서는그들과이야기를시작했다.
도대체무슨대화를하기에나와의시간마저포기한단말인가.
그들의대화를엿듣기로했다.
방음마법이걸려있기는했지만저런조잡한마법따위는나를막지못했다.
“후배님은고아원출신이라고들었는데사실인가요?”
저인간이미쳤나?
감히아서한테저런민감한질문을…
“네,맞습니다.”
하지만아서는아무렇지도않게대답을했다.
“어디고아원이죠?”
“블루피스고아원이었습니다.”
질문의형식을듣자하니인터뷰를하는것같았다.
하지만왜?갑자기인터뷰를?
의아하긴했으나,이유가뭐가되었든나에게도좋은기회임은틀림없었다.
그에대해더자세히알아갈기회였다.
“고아원에서학대를받는다는제보가있었습니다.사실인가요?”
“그….학대까지는아니었-”
“그렇다면학대에준할정도로엄격한곳이었다는말씀이시군요!”
“네,맞-아,아니그게아니라….”
…시간이나면그고아원의사람들을찾아가봐야겠다.
그의출생에대해서더많은정보를얻을겸,죄를물을겸.
계속해서듣던와중,내이야기가나오기시작했다.
“물론뛰어난두뇌도대단합니다만그계획을현실로이끌어낸1등공신이바로고양이라고들었습니다!”
“그고양이는어떤고양이죠?”
“릴림이라는이름을가진저의패밀리어입니다.”
“패밀리어의능력을알려주실수있나요?아,물론전부말하시지않아도됩니다!”
“보호막,저주,파괴광선이있습니다.”
“오오!파괴광선이라면그유명한‘냥냥데스빔’이군요!지금보여줄수있나요?”
저인간이죽고싶은건가?
“릴림도데리고오지않은 데다가애초에여기서그걸쏴버리면….”
“알겠습니다.다음!”
“그중에서혹시트롤이라는별명은왜나오신거죠?”
이건나도궁금했다.루이스라는그버러지가아서를향해내뱉던욕이었는데.
왜그렇게불리는거지?
이렇게사랑스러운존재를그런개떡같이생긴놈들이랑비교하다니?
“…제가큰상처를여러번입고도여태멀쩡히살아있기때문에붙여진멸칭입니다.”
뛰어난자연치유력.
아서의압도적인양의생명력과관련이있을것이다.
그는정말로예언에 기록된….
사색에잠기려던그때.
“한달전후배님은아카데미주변상가에서아주아리따운여성분과함께거리를누볐습니다.”
“알콩달콩깨가쏟아지는모습이여러번포착되었다고하는데요!”
“그여성분은아카데미교복을입고계셨습니다.그여성분의정체가뭐죠?후배님과는어떤관계입니까?”
나도모르게아서의입에시선을집중시켰다.
그는나와의관계를숨기고싶어하던눈치였다.알려지면여러모로피곤해진다는이유로.
가능한 한 아서의뜻을존중해주던나였지만….
그래도그의입으로공인이되는것을내심바라게되었다.
임자가있는몸이라고그가직접말한다면레티를포함한다른인간암컷들이접근을안하지않을까?
그렇게그의달싹이는입술에정신을집중하던그순간.
“약혼녀입니다.”
“!!!!!”
그의입에서저말이나오는그순간머릿속이새하얗게표백되는것같았다.
온정신을가득채우는충만한감정.
행복,그리고사랑.
그격렬한감정에온몸에전기신호가도는것같았다.
환호성이라도지르고싶었지만아직은모습을드러내고싶지않아서간신히참아내었다.
이감정은그가방으로돌아올때를위해아껴두기로했다.
—-
인터뷰가끝나고,아서가쌍둥이에게서무언가를받았다.
뒤에서흘낏엿보자수표라는것을알게되었다.
‘돈..?돈이필요하던거였나?’
뭔가허망한기분이었다.
인간이라는종족이이상할정도로돈에집착한다는것은알고있었지만,나와의시간을포기할정도라고?
심지어저런건푼돈으로취급할정도로인간의기준에서내부는상상을초월할수준이다.
그가원한다면이행성을통째로살수도있으리라.
그런데내게부탁하는게아니라직접돈을번다니?
나중에가서일을하겠다고나오는건아닐까걱정된다.
‘돈벌필요없는데…평생내품에서살아가면그걸로충분한데….’
평생그를부족함없이살아가게만들어줄수있건만.
도대체어째서?
아서는자리에서일어나어딘가로향했다.
먼저기숙사로가서그를기다려야하냐고민하고있었는데…
‘어?여긴기숙사로가는길이아닌데?’
아서는갑자기이상한방향으로걸어가기시작했다.
어째서?
나한테오는게아니라고?
왜?
이번에야말로여자를….아니야.그럴리가없어.
하지만왜?
불안해하며아서를따라가는데.그가작은건물앞에서멈춰섰다.
‘금릉?여긴또어디야?’
아서가문을두드리자한남자가튀어나왔다.
“어서오십쇼!뭘원하십니까.가볍게여벌의교복?학교준비물인가요?아니면설마….젊은여교수님들의사진첩?”
…이인간.죽일까?
“아,아뇨!저는수표를교환하려고-”
수표를교환한다고?지금당장돈을쓰겠다는말인가?
아서의뒤를졸졸따라가자계단이나왔다.
아서와직원을따라계단을내려가는데둘의대화가들려왔다.
“처리를어떻게해드리면될까요.전부현금으로바꾸시겠습니까?”
아서가답하길.
“…혹시여기서귀금속류도취급하나요?”
…귀금속?설마…?
“물론입니다,고객님.반지,목걸이,팔찌,발찌,심지어왕관까지.없는게없습니다!”
“반지를구하고싶은데요.”
‘!!!!!’
소리를지르려던것을간신히참아내며이어진대화를들었다.
“어떤반지를찾으십니까?삐까뻔적한보석이박힌것부터수수한은반지,혹은기능성마법반지도있습니다.”
“어….일단두개를사고싶은데요.”
“혹시커플용입니까?”
아서가고개를끄덕였다.
“서프라이즈인가요?”
이번에도끄덕
미칠것같다.아니,나는미친게틀림없다.
그의소중한마음에미쳐버리고만것이다.
하늘을날아갈것만같은기분이었다.
사방에함성을지르고싶었다.
행복했다.행복했다.행복했다.
그저행복했다.
서프라이즈라니,심지어반지라니!!
그러고보니우리의약혼은입으로만이뤄졌었다.
약혼의증표,상징인반지가없었다.
‘새심해!!!’
그런것까지생각하는아서가너무도사랑스러웠다.
그것도내게서프라이즈로건네고싶단다.
너무도귀여웠다.
물론지금내가이상황을봐버린이상,서프라이즈는힘들것이지만.
나는그가건네는반지를받고얼마든지기뻐할자신이있었다.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지금당장에라도아서에게키스를퍼붓고싶었다.
아니,어쩌면그보다더한것이라도.
그의대한사랑을표현하고싶어서미쳐버릴것같았다.
그러나….
‘…지금은안돼.’
내일.데이트.
기다려야했다.
참아야했다.
참고,또참을수록.
기다려서따먹은열매는한층더맛있을테니까.
그때를위해지금만큼은참아내며계단을다시올라갔다.
최소한반지의생김새만큼은서프라이즈로보고싶었으니까.
—-
시간이한참지나고금릉에서걸어나온아서는가벼운발걸음으로기숙사로향했다.
뭐라중얼거리는것이있어서가까이다가가보자.
“…내일…..데이ㅌ…….손ㄱ……사이즈….”
확실하게들린마지막단어.
‘손가락사이즈!반지사이즈를모르는구나!’
내일데이트에서그에게손과관련된애정표현을자주해줘야겠다.
가능하면왼손약지를중점으로.
[!– Slider main contain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