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0
“아참,편지는잘받았을려나?”
“!!!”
두근두근두근
심장이쿵쾅거렸다.
‘설마이사람이…?’
다른이면모르겠지만,골드썬이라면충분히가능한이야기였다.
놀람은이내의문으로바뀌었다.
‘이렇게갑자기자기가범인인걸드러낸다고?무슨속셈이지?’
그런데그때.
“편지는잘받았냐고물었는데…레티아엘레노어.”
“아,저에게한말씀이셨나요?”
머리가새하얘지는것같았다.
‘아닌가?내가너무과민반응한건가?’
‘그래,편지정도는누구나보낼수있는거니까…’
멍한표정으로바라보고있자니레티와루카스의대화가들려왔다.
“이런,내편지를받지못했단말이야?”
“죄송합니다.무언가착오가있었던모양입니다.”
“쯧,내가이래서여기우편시스템을못믿겠다니까.그럼내방식대로보내야겠네.”
“선배님방식이요?”
“절대착오가생길일없는방법이있거든.바로…”
그순간,나는보았다.
나를힐끔쳐다보는루카스의눈과,그안에담긴조소를.
“문틈으로직접집어넣는거지.”
그의비릿한미소를보자나도모르게손아귀에힘이들어갔다.
‘빌어먹을…!’
저건명백한도발이다.
어디해볼테면해보라는의미의도발.
증거는심증밖에없다.
만약내가저능글맞은면상에주먹을꽂아버리면그순간나는폭행및하극상으로잡혀갈것이다.
상대는나보다한학년선배이자후작가의장남이었다.
물증이있어도힘든판인데물증도없었다.
따라서지금내가할수있는건아무것도없었다.
저인간은그걸알고도발하는것이었다.
힘이들어가부르르떨리는내손을힐끔쳐다본루카스가입꼬리를씨익올렸다.
-아서,무슨일이야?왜그렇게떨고있어?
릴리스의말이머릿속을울렸지만,분노로가득찬나는튀어나가려는주먹을참아내는데에온힘을쏟고있었다.
루카스가또다시입을열려던찰나,
“아아,들리시나요?”
누군가의목소리가홀을가득울렸다.
워낙에큰목소리가울려사람들이귀를틀어막았다.
“어이쿠,죄송합니다.워낙오랜만에써보는마법이라.”
목소리는점차줄어들었고,이내들을만한크기가되었다.
주변을둘러보니중앙마력분수앞에한남자가서있었다.
그는정돈된자세로인사를했다.
“안녕하십니까,학생여러분.저는학생회서기를맡고있는고든이라고합니다.”
학생들사이에서박수소리가울려퍼졌다.
고든은신입생환영회의전통에대해설명했다.
대부분이도서관에서읽었던자료에나와있던것이었다.
“자,서론은됐고,이제부터메인순서로넘어가겠습니다.먼저신입생대표,헬레나알트라비스헬리오니스님의대표인사가있겠습니다.”
고든의말이끝나기가무섭게홀이조용히가라앉았다.
그많던사람들이말을맞춘것도아니건만,동시에조용해지는건언뜻신기해보이는일이었으나,
‘그럴만한사람이니까.’
고든의곁으로걸어나오는한여성.
저녁파티라색을많이죽인황금색드레스,샹들리에빛을받아반짝이는머리카락.
황금색머리카락은그핏줄을따라내려오는상징과도같았다.
본래라면저모습을보는건내게용납되지않을것이다.
고귀한태양의피를이은사람의얼굴을함부로바라봐서는안되니까.
하지만이곳은아카데미.
같은학생의신분으로들어온이상시선을낮출필요는없었다.
“안녕하십니까.신입생대표헬레나알트라비스 헬리오니스라고합니다.”
그녀는드레스를살짝들어올렸지만고개는숙이지않았다.
아무리아카데미라한들태양의핏줄이고개를숙인다는것은있을수없는일.
그러나그모습을본모든학생들은전부고개를숙였다.
상대는무려마도제국전역을다스리는황제의둘째딸,제2황녀님이셨으니까.
‘역시신입생대표는저분이셨구나.’
당연하다면당연한말이었다.
황가의피는다른말로태양의피라불렸다.
황가의사람들은모두뛰어난마법적재능을타고났다.
역대모든황제들이대마법사의경지에올랐던것을생각하면정말엄청난핏줄이었다.
그런피를타고난사람이니,입학시험따위는식은죽먹기였겠지.
황녀님은그뒤로아카데미에들어온소감,앞으로나아갈길등,정석적인신입생대표인사를이어갔다.
-쟤가황녀야?
-네,제2황녀님이세요.
-흐음…기운이좀특이하네?사방으로뻗어나가는모습이마치…그래,태양같아.
-아마태양의핏줄이영향을미쳤겠죠.
황가의사람들은대대로빛과관련된마법의스페셜리스트라했다.
마력패턴자체도워낙에특이한데다가적성도대부분빛관련이라나.
수십년전,성국과의전쟁이발발했을시기에당시황제가전장에나가무려작은태양을만들어냈다는이야기가전해져내려왔다.
그말이사실인지는모르겠지만,그만큼뛰어난마법사가문이라는말이다.
대표인사를끝낸황녀님은자리로돌아갔다.
“다음으로는재학생대표,학생회장께서나오셔서화답을해주시겠습니다.”
“어이쿠,나는저쪽으로가야겠군.내가저친구와는안면이깊어서말이지.”
루카스는우리를향해술잔을들어보였다.
“그럼좋은시간보내라고.”
연설을시작한학생회장을향해걸어가는루카스의뒤통수를노려보던나는시선을살짝돌렸다.
이름도잘모르는학생회장이보였다.
‘그러고보니이번학생회장은누가되려나?’
학생회장은중간고사가지나고뽑는다.
출마가능한학년은바로3학년,즉우리학년이었다.
당장떠오르는후보로는…
‘일리나는아마나갈것같고,그럼루크는어떨려나…근데걔한테회장을맡겨도되는걸까?’
다른것도아닌학생회장이다.
학년공인바보인루크가과연뽑히기는할까?
문득일리나와루크가나란히서있는장면이상상되었다.
‘…낙승이네.’
굳이오래고민할필요도없었다.
차라리루크가안나왔으면좋겠다.
마음에상처를입을수도…
그런생각을하고있자니학생회장의화답이끝났다.
그뒤로는파티가또이어진다고했다.
하지만이어지는파티는대표인사전과는사뭇다른분위기였다.
특히신입생을나타내는노란브로치를착용한학생들이주변을오가고있었다.
대표인사가끝난이후에본격적인대련상대를찾아나서는것이었다.
자신감넘치는신입생들은한학년높은선배들과겨뤄자신의힘을증명하고싶어했다.
그중몇몇은이미대련상대를정해둔모양이다.
2학년성적우수자들에게장갑을던지는신입생들.
브로치에달린장식을보니입학시험에서우수한성적을보여준학생들이대부분이었다.
그런데그때.
웅성웅성
장안이소란스러워졌다.
뭔가싶어소리의진원지를살펴보자…
‘헐.’
소란의중심에는두여성이서로를바라보고있었다.
한쪽은푸르른청은발의머리카락,
다른한쪽은태양처럼빛나는황금색머리카락.
일리나와황녀님이었다.
‘설마…’
설마가그설마였다.
황녀님은자신의장갑을벗어서일리나에게던졌다.
좌중이다시금소란스러워졌다.
그럴만한사건이었고,나또한멍하니그장면을바라보았다.
우리학년수석이자유력한학생회장후보(내생각으로는)인일리나프로스트와,
신입생대표이자태양의피를이어받은 헬레나 황녀님.
“우와…난리났네…”
옆에서레티의목소리가들려왔다.
나는고개도돌리지않고답했다.
“원래라면대련같은건볼생각없었는데저거라면좀끌릴지도.”
“아서라,티켓값오르는소리가여기까지들리는것같구만.”
정말재밌는장면을본것같지만,비단좋은일만은아니었다.
황녀님을시작으로콧대높은신입생들이3학년에게까지대련을신청하기시작한것이다.
구석진곳에있는나까지는아직오지않았지만,이흐름대로라면곧-
“저…선배님?”
말이씨가된다더니.
노란브로치를단신입생이내게다가왔다.
그모습에레티는작게웃으며내어깨를두드렸다.
“수고~”
저저,얄미운미소좀봐라.
열심히꾸미면뭐해.
내용물이썩어있는데.
레티를힐끔쳐다본신입생은내게말했다.
“그브로치를보니3학년성적우수자신가요?”
마음같아선무시하고홀을뛰쳐나가고싶었지만,안타깝게도그럴수는없었다.
“…맞아.”
“혹시성함이…”
“아서.”
“……”
뭔가를더기다리는것같은그의모습에나는한숨을삼키며말했다.
“성은없어.”
“아…”
성이없다는말은평민이라는뜻,그의눈에잠깐이지만어두운기색이번쩍인것이보였다.
‘아,설마…’
오늘따라몇번이고본것같은능글맞은미소와함께신입생이자신의손을맞잡았다.
“이번주말에시간있으시죠?”
“릴리스하고놀고싶은데…”
그런생각을하며대답을머뭇거리고있자니대답은별로중요한것은아니라는둥,신입생은내게장갑을벗어던졌다.
얼떨결에그것을받아든나는속으로한숨을내쉬었다.
‘…미치겠네.’
“대련을신청합니다.”
그러자아래쪽에서날카로운소리가들려왔다.
“미야옹!”
몸을낮추며신입생을노려보는릴리스.
-감히아서를무시해?이게죽을려고! 당장수락해, 아서. 모두가보는앞에서피똥을싸게만들어주겠어.
저말이빈말이아니라는것을알고있는나는소름이돋는것같았다.
자칫하면후배의항문이너덜너덜해질수도있었다.
나는그런위기에서벗어날기회를주고싶었다.
“너꼭나랑대련해야겠어?다른사람들도많잖아.”
내말에그는,
피식-
‘…잠깐,방금저거비웃은거지?’
“큼,제가알기로는재학생분들은후배의대련신청을거절할수없을텐데요.”
맞는말이었다.
후배의배움의길을막아서는안된다는이유로그런규칙이있었다.
하지만…
“그…잘못하면네가좀…아니다.많이다칠수도있어서그래.”
그러자신입생의표정이딱딱하게굳었다.
그반응에아차,싶었던나는애써손을내저었다.
“아,아니.너를무시하는게아니라정말-”
“대련부탁드립니다,선배님.”
불타는듯한눈으로나를보는그는내가말린다고들을상태가아닌것같았다.
‘그래,나는충분히경고했어.’
그렇게생각한나는마지못해고개를끄덕였다.
“알겠어.수락할게.”
“그럼이번주주말에대련장에서뵙겠습니다.”
내게고개를숙인신입생은중앙을향해걸어가-
“아,잠깐만.”
그를멈춰세운내가물었다.
“네이름은못들었는데.”
“아참,저는대니스풋캔서라고합니다.”
이름을알려준대니스는곧바로내게서멀어졌다.
그와동시에다가오는한사람.
“우와~너지금대련신청받은거야?”
“레티,부탁인데좀조용히해줘…”
레티는배를싸쥐며깔깔깔웃어댔다.
“푸하핫!얼마나얕보였으면신입생이냅다대련을신청해?”
그런레티의말에다른쪽에서반응이왔다.
“먀악!”
“꺅!릴림~”
레티에게달려든릴리스지만,아쉽게도마법을안쓰면체급차이는이기지못했다.
그대로잡혀서머리를쓰다듬어지던릴리스는기를쓰고레티를할퀴려했다.
하지만매주말마다수도에서가장큰고양이카페에놀러가는레티는고양이다루는데에는도가텄다.
발톱이이리저리피하며털을쓰다듬는레티의모습은흡사 대부족출신권투선수를보는것같았다.
필사적으로보이는릴리스를보며결국웃음터져버린나는눈물까지찔끔흘리며정신없이웃어버렸다.
—-
대니스는손아귀를꽉쥐었다.
그의시선의끝자락에는신나게웃고있는회색머리의남자가있었다.
처음그를보았을때,대니스는자신에게행운이따르는것같았다.
3학년성적우수자라면서구석에따로빠져있던저남자에게서뭔가수상함을느낀대니스는그에게다가가물었다.
아니나다를까,저남자는평민이었다.
평민주제에성적우수자자격을어떻게얻었는지는모르겠지만,어쨌거나그는이걸기회로여겼다.
3학년선배를이긴신입생.
아주멋들어진타이틀아닌가.
아쉽게도대련신청을황녀님께서선수를치는바람에최초라는타이틀은빼앗겼지만,그래도3학년은3학년.
심지어상대는3학년중에서가장약해보이는사람이었다.
압도적인모습으로이기는것을보여준다면주목도가올라갈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자작위에 머물고 있는 풋캔서가에 큰 도움이 되리라.
거기다가대니스는자신이있었다.
‘황녀님과그괴물만아니었다면이번기수는내가수석이었을거야.’
입학시험의결과를보고얼마나충격을먹었던가.
이번기회로자신감을되찾으리라.
그래서당당하게대련신청을했는데…
“너꼭나랑대련해야겠어?다른사람들도많잖아.”
하,어딜감히도망을치려고.
역시실력에자신이없는모양이구만?
자신의추측에확신을더한대니스는규칙을운운하며대련을밀어붙였다.
그런데,
“그…잘못하면네가좀…아니다.많이다칠수도있어서그래.”
대니스는자신의귀가잘못된줄알았다.
‘하?지금이인간이뭐라지껄이는거지?다쳐?내가?댁한테?’
대니스는순간열불이치솟았지만,그래도선배는선배니애써분노를가라앉혔다.
벌써부터하극상으로벌점을먹고싶지는않았다.
‘쯧,아무리대련하기가무서워도그렇지.저런싸구려도발을하면서까지대련을피하고싶었나?’
아무리생각해봐도참덜떨어진선배같았다.
심지어저렇게여자앞에서웃고있는꼴이라니…
‘잠깐,저사람레티아엘레노어아니야?’
이제보니유명인사였다.
대니스는말한번섞어볼걸그랬다며후회하는동시에의아해했다.
‘엘레노어쯤되는사람이왜저런평민이랑놀아주는거지?’
두사람의모습을유심히바라보던대니스는,
‘…설마얼굴인가?평민치고는꽤반반하게는생겼다만…에이,설마엘레노어씩이나되는사람이얼굴만보고친해지겠어?’
잠시고민하던대니스는자신만의결론을내렸다.
‘불쌍해서놀아주는건가?마음씨도고운사람이네…얼굴만큼이나.’
대니스는레티의얼굴에서눈을떼지못했다.
‘좋아,주말에있는대련에서저평민놈을무참히짓밟아주자고.그러면한심해서더이상같이놀아주고싶은마음도사라지겠지.’
그렇게생각한대니스는입꼬리를씩올렸다.
‘처참하게밟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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