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3
신입생환영회가끝난지이틀째.
그동안내일정은딱히달라지지않았다.
수업이끝난다음에는릴리스와잠시작별을하고도서관에들어가흑마법을공부하는것도동일했다.
네크로노미콘에는추가적인마법적공정이들어간건지,분명얇아보이는책이었지만막상펼쳐보니내용물은방대하기그지없었다.
덕분에깊게공부할수는있었지만,내용을이해하면서넘어가려하니생각보다힘들었다.
그나마기초부분은전부읽었지만…
‘전혀감이안잡히네.’
저주는커녕제물을바치는방법부터이해가되지않았다.
결국오늘도답을찾지못한나는터덜터덜기숙사로돌아왔다.
“다녀왔습니다.”
“아서~”
늘그렇듯달려나와나를끌어안는릴리스.
몇번해봤다고익숙해진나는이젠당황하지않고그포옹을받아낼수있었다.
릴리스의품에안기니피로가사르르녹아내리는것같았다.
“간식은다먹었어?”
“네,엄청맛있었어요.”
릴리스는도서관에서홀로공부하는내가당떨어질까걱정해간단한디저트위주로간식을만들어주었다.
입안에서살살녹는그맛은스위트러브에서먹었던디저트와는차원이다른것이었다.
“마음에들어서다행이네.다음에도싸줄까?”
“부디.”
“후훗,알겠어.저녁준비됐으니까씻고와.”
서둘러씻고돌아오자릴리스가식탁에서어서오라손짓했다.
나는기쁘게달려가식탁에앉았다.
“잘먹겠습니다!”
오늘의저녁은자라탕.
오랜만에따뜻한국물요리를먹으니속이풀리는기분이었다.
식사를끝내자릴리스가잔뜩기대하는눈빛을내게보내왔다.
릴리스의 ‘식사’ 시간이었다.
그녀의뒷목을끌어안으며입을맞추려던나는문득궁금한것이생겨서움직임을멈췄다.
“릴리스.”
“응?”
“그러고보니릴리스의힘은얼마나회복되었어요?상처는다나았다고들었는데,힘의회복은들은바가없어서…”
“아,그랬나?”
잠시몸을떨어뜨린릴리스는눈을감고무언가에집중했다.
나는그런릴리스를얌전히기다려주었다.
잠깐의시간이흐르고,
“대략…30%정도?”
“…그것밖에요?”
“그것밖에라니,우리처음만났을때는1%도안되는수준이었단말이야.”
릴리스는손을뻗어내뺨을잡았다.
“그러니까…남은70%도잘부탁해,아서.”
여태껏30%라…
갈길이멀었다.
언젠가는릴리스를온전한신으로만들어주고싶었다.
그러기위해서는우선,
쪽
사심이조금…아니,많이들어간 ‘식사’를해야했다.
입술이맞붙고벌어진틈사이로서늘한감각이느껴졌다.
‘…잠깐,이게그럼생명력인가?’
나는잠시신경을내몸속상황을느끼는데에집중시켰다.
‘…아니야.서늘한건생명력이아니야.생명력이빠져나간자리가서늘하게남은거지.’
생명력은열기였다.
그것이빠져나가니상대적으로서늘하다느끼게된것.
나는눈을감고생명력의움직임에집중했다.
릴리스의빨아들임으로입을통해나가는생명력.
따스한기운이심장에서부터솟아나고있었다.
생명력을직접움직이는것을느끼자뭔가실마리가잡힐것같았다.
지금껏막혀있었던제물에관한의문점이풀리는것이다.
그렇게생명력의움직임을관찰하고있던그때.
“파하…”
릴리스가입술을떼어냈다.
그러자솟아나던생명력은다시가라앉아심장으로돌아갔다.
조금만더하면알것도같은데…
“저,릴리스…”
“츄릅…응?”
릴리스는입맛을다시며나를바라보았다.
“저혹시식사조금만더할수있을까요?”
“응?갑자기그건왜…아하~”
뭔가다른것을생각한릴리스.
표정에장난끼가더해졌다.
“흐음…갑자기그런말은왜할까~?나는전혀모르겠는걸?”
나는마침좋은변명이떠올라그것을입에담았다.
“7,70%빨리채워야하니까요…”
“후훗,그런걸로해둘까?”
릴리스는가만히눈을감고입을살짝벌렸다.
내가가까이오기를바라는태도였다.
나는릴리스에게천천히다가갔고이내,
츄웁
입술이맞닿는그순간릴리스가식사를재개했다.
다시금생명력의움직임이느껴졌고,나는그것에집중을-
츄릅…쪼옥…츄르릅…
집중을…
베에….츕..츕….
‘도저히집중을할수가없어!’
릴리스는보다끈적한키스를이어갔다.
혀를감싸는끈적한감각에머리가과부하되는기분이었다.
사고가단순해지면서고차원적인생각이머릿속에서떠오르지않았다.
남은것은그저지금의행위를이어가고싶다는본능.
‘…에라모르겠다.’
나는릴리스에게달라붙으며입맞춤을이어갔다.
생명력이고자시고지금은이게더중요했다.
—-
식사가끝나고양치를하려는데자연스럽게릴리스가화장실에들어왔다.
“어라?릴리스는자라탕안먹지않았어요?”
오늘릴리스는생명력만먹었다.
굳이양치를할필요는…
“양치하려온거아니야.”
“그럼요?”
싱긋웃어보인릴리스는내손에서칫솔을빼앗았다.
“양치 ‘시켜주러’ 온거지.”
“네엑?!”
릴리스는내칫솔에치약을짜더니내게다가왔다.
“자,아서.아~”
릴리스의붉은입술이벌어지며입안이드러났다.
예쁜선홍색혀가보기좋-
“보지만말고입벌려볼래?”
“죄,죄송해요…”
나는릴리스와칫솔을번갈아보았다.
남에게양치를맡긴다니,평범하게할짓은아니었지만…
‘릴리스라면…’
결국입을벌리고말았다.
“조금만더…그렇지.”
릴리스가내턱을잡았다.
입안으로단단한칫솔이들어왔다.
‘설마아프진않겠지…?’
나자신도가끔실수해서잇몸에상처를내기도하는데,하물며타인이라면더욱걱정될수밖에없다.
그리고이빨에칫솔이닿는순간,
“…?”
나는눈을동그랗게떴다.
릴리스의양치질은아프긴커녕부드럽게내이빨을보듬어주고있었다.
행여나내가아플까조심해서움직이는것이느껴졌다.
조심하면서도 내가 건드리지 못하는 각도까지 꼼꼼하게 닦아내는 릴리스.
그상냥한움직임에나는마음놓고릴리스에게몸을맡겼다.
칫솔질이끝나고거품을뱉어낸나는입안을헹구기위해물을-
“아서,이쪽봐볼래?”
“네,무슨일…예?”
릴리스는검지를치켜들고있었다.
검지위에는구형으로뭉쳐진투명한물이떠올라있었다.
양은대략한모금수준…어?
릴리스는싱긋웃더니물을입에쏙집어넣었다.
물로볼이빵빵해진릴리스가내게다가오라손짓했다.
그녀의의도를파악한나는설마하는마음으로물었다.
“…그물로헹구라고요?”
“웅!”
릴리스는고개를끄덕였다.
“…진심이예요?”
“웅!”
끄덕
아니,양치정도는평범하게…라고말하기에는이미발걸음을뗀내가있었다.
릴리스에게다가간나는그녀의뺨에손을올렸다.
귀엽게부푼볼따구는책에서보았던다람쥐같았다.
“…귀여워요.”
“우웅?”
“볼부푼릴리스,너무귀여워요.”
“우…우웅…”
릴리스는부끄러운듯고개를돌렸다.
부푼볼을몇번쓰다듬은나는릴리스에게입을맞췄다.
입술끼리부대끼기도잠시,입이벌어지며물이들어왔다.
키차이로인해자연스럽게릴리스의입에서물이흘러내려왔다.
릴리스가건네주는물은미지근했다.
그살짝은따뜻한온도가릴리스의입에서나왔다생각하니…
…하반신이슈가생겨버렸다.
물을전부건네준릴리스가입술을뗐다.
릴리스는내턱에흐르는물을닦아주었다.
그리고내가그랬던것처럼내뺨에손을올렸다.
“후훗,정말이네?볼부푼아서…엄청귀여워.”
“우웅…”
릴리스의반응이이해되었다.
엄청부끄럽네,이거…
어쨌거나릴리스가건네준물로입을헹구고세면대에뱉어냈다.
하지만당연하게도한번으로는입안이깨끗해질수없으니…
고개를돌려보자어느새다시볼이부푼릴리스가나를보며웃고있었다.
나도피식,웃으며릴리스에게다가갔다.
그렇게나는릴리스가건네주는물로몇번이고입을헹구었다.
평소보다양치에소요된시간이배로늘어났지만,
“헤헤…”
내옆에서해맑게웃고있는릴리스를보니그런것따위는아무래도좋다고생각되었다.
“릴리스는먼저나가계세요.”
“너는?”
“전…볼일을봐야해서…”
릴리스의눈길이아주잠깐내하반신을향했다.
“후훗,알겠어.”
으윽…다눈치챈모양이다.
화장실을나서기직전갑작스럽게나를끌어당긴릴리스가귓가에대고속삭였다.
“뒷처리는깔끔하게해,알겠지?”
“……”
부끄러워서죽을것같았다.
내가화장실을나가게된것은그로부터20분이더지난이후였다.
—-
화장실을나오자릴리스가침대에서나를기다리고있었다.
우리는식후산책을나가지않으면대부분의시간을서로대화하며보냈다.
대화의주제는매번달라졌는데,대부분은서로에대한이야기였다.
고아원에서부터인간관계자체를거의쌓아오지않은나는누군가와대화를하는것자체가상당히부담스럽고어려운일이었으나,릴리스와함께있다보면이야깃거리가마르지않았다.
“이리와,아서.”
릴리스는침대맡에기대앉아서나를불렀다.
“여기앉아.”
릴리스는앉은채로다리를벌려그사이를두드렸다.
나는침대를기어가릴리스를바라보며그녀의다리사이에앉았다.
릴리스가뒤를돌라는손짓을했고,이에따라뒤를돌자,
포옥…
릴리스가내어깨죽지아래로손을넣어서나를끌어당겼다.
백허그상태에서그대로침대에앉은모습이었다.
이제는처음처럼부끄러움때문에말을못하는수준은아니었으나…
꾸욱…
…뒤통수를누르는부드러운감촉은도저히적응되는것이아니었다.
곧장심장이쿵쾅쿵쾅널뛰기시작했다.
그런내귓가에릴리스의숨결이닿았다.
“불편하진않아?”
“네,괜찮아요.”
불편할리가없었다.
내뒤통수부터꼬리뼈까지닿는릴리스의품.
따뜻하고부드러운그녀의품은그어떤쿠션보다편안하리라.
한가지문제라면…하반신이슈가가라앉지않는다는것.
계속해서내귓바퀴를간지럽히는릴리스의속삭임이짜릿한전기처럼척추를타고내려갔다.
이때문에몸이자꾸움찔거리자릴리스의웃음소리가들려왔다.
“움찔움찔…귀여워.”
“릴…리스…그만……”
“후훗,알겠어.”
릴리스는찰싹달라붙어있던몸을조금떨어뜨렸다.
분명책에서본바로는계속붙어있는부부는금세사이가소원해진다고했다.
하지만나는장담할수있었다.
릴리스와의부부생활은결코매너리즘에빠질것같지않다고.
매일붙어있어도이렇게새로운자극이찾아온다.
질리고싶어도못질리지않을까?
다행히도이이후에대화는멀쩡하게이어졌다.
릴리스는공부는잘되어가는지물어봤고,나는나름대로잘되고있다고답했다.
릴리스에게거짓말하는건아무래도양심에찔리지만,루카스만큼은내손으로해치우고싶었다.
“그러고보니릴리스.저희내일점심이후에대련해야해요.”
“아,내일이토요일이었구나?”
“음…”
“긴장돼?”
“솔직히말하자면…네,긴장돼요.”
“후훗,걱정마.내가널지켜줄게. 그 인간은 네 머리카락 한 올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
“고마워요,릴리스.”
나는고개를돌려릴리스에게입을맞췄다.
릴리스는배시시웃으며내머리를쓰다듬어주었다.
“하지만…”
“응?”
하지만내가긴장하는것은나에대한걱정때문이아니었다.
“…릴리스,내일적당히하셔야해요.”
“……”
릴리스는시선을슬그머니돌렸다.
“제발요,릴리스.저학기초부터후배항문을망가뜨리고싶은마음은없단말이에요.”
대니스의비웃음이마음에걸리긴했으나,그래도후배는후배.
아직뭣도모르는이제갓성인이된녀석이다.
사회에대한신고식이인간분수행이라니…너무하지않은가.
“약속해줘요,릴리스.내일피똥싸게만들지는말아요.네?”
“…알겠어.네가원한다면안할게.”
“고마워요.”
이야기는어느새릴리스가살아온세상에관한주제로넘어갔다.
요즘들어자주나오는주제이며,내가가장흥미롭게듣는주제였다.
신비로운마법이야기,
기괴한외신들의이야기,
가끔이지만…그런외신들에게대적했던인간들의이야기.
특히오늘릴리스가들려준이야기는내마음을뒤흔드는것이었다.
“인간이드림랜드에서살아남은걸로도모자라카다스를찾아나섰다고요?”
“응,그인간은상당히특이했어.아우터갓을인지하고도미치지않은엄청난정신력의소유자였지.”
“우와…”
보는게아니라그존재를인식하기만해도미쳐버릴수있는게외신이다.
그런존재를보고도두려워하긴커녕오히려맞서싸운인간의이야기는신비롭고흥미진진한것이었다.
나는릴리스가말해준그자의이름을곱씹었다.
‘랜돌프카터…’
심지어드림랜드에서의행적은구울들을동료로삼은것이,나와조금은비슷한면이있었다.
그러나랜돌프는나와는다르게바로곁에외신이있지않았다.
엘더갓들의관심을받기는했으나직접적인도움은막바지에나받았지,사실상혼자서드림랜드를돌아다닌것이다.
하지만그런대단한사람도결국마지막은암울했다.
그레이트올드원에게붙잡혀그존재의몸안에갇혀버린것이다.
그나마지금껏외신들과엮인인간들의이야기중에서는희망찬엔딩이라는것이인간의연약함을보여주는것같았다.
“자,이야기는여기서끝~”
들을때마다느끼는건데,릴리스는타고난이야기꾼이었다.
호흡조절,어조,내어깨사이로뻗은손으로펼치는비언어적인표현까지.
이야기에흠뻑빠져있던나를현실로돌아오게만든것은,
“후우~”
“흐악?!”
귓가에불어닥치는릴리스의숨결이었다.
“그,그런장난은그만하세요!”
“미안~네반응이너무재미있단말이지.”
“으윽…”
릴리스는대화를마무리하는분위기였다.
시계를보니아직잘려면시간이한참남아있던때였다.
평소대로라면내가하품이나올때까지대화를할텐데,오늘은왜일찍끝난거지?
의아해서릴리스를바라보고있자릴리스가머뭇거리며입술을달싹였다.
뭔가어려운부탁을할때의모습이었다.
차분히기다리자,결심한듯나와시선을맞추며입을여는릴리스.
“아서,부탁이있어.”
역시나.
“뭔데요?”
“내가널…음……마,만져봐도될까?”
…….
…….
…….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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