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4
“내가널…음……마,만져봐도될까?”
“……예?”
갑작스러운릴리스의말을이해하지못한나는멍하니그녀를바라보았다.
머리가천천히돌아갔고,이내답을도출해냈다.
“…네엑?!”
어려운부탁이라는것을태도에서부터알아채긴했지만,설마이런부탁일줄이야…
“그,그게무슨말씀이시죠…?”
내말에릴리스는얼굴을붉혔다.
설마…설마진짜그런부탁이란말인가?
릴리스가머뭇거리며입을열기를,
“…사이즈를재고싶어서.”
“사이즈요?”
갑자기왠사이즈.
나는어안이벙벙해져서고개를갸웃거렸다.
“그으…며칠전에턱시도를줬다가수선해준거기억해?”
“어…네,기억해요.”
“그때의실수를반복하지않기위해서확실하게사이즈를알아두려고.”
아하,그런목적이었다면야…
근데릴리스는왜얼굴을붉힌거지?
“그런거라면저야환영이죠.”
저번에입었던턱시도는너무도불편했었다.
릴리스가내사이즈를알고있다면그런일은벌어지지않겠지.
“제가어떻게하면될까요?자세라도취할까요?”
교복치수를정할때,일어서서팔을양쪽으로펼쳤던기억이있다.
그것과비슷한걸까?
그러나릴리스는고개를저었다.
“으응,아니야.너는그저잠에들면돼.”
“어…그것뿐이에요?”
“응,네가잠든동안사이즈를잴거야.눈을떴을때는측정이끝나있을거야.”
“굳이그렇게안해도-”
“아니,꼭이렇게해야해.”
단호한릴리스의말투에나는그저고개를끄덕일수밖에없었다.
“자,이리와.”
릴리스는침대에누워나를향해팔을벌렸다.
분명자기에는조금이른시간이었으나,거절하기에는너무도유혹적인품이었기에,나는침대를기어그품으로들어갔다.
따뜻하고푹신한그감촉에순식간에잠이몰려오기시작했다.
무거운눈꺼풀을애써들어올리고있자,내게입을맞춰오는릴리스.
쪽-
“잘자,아서.”
“으음…잘자요…릴리스……”
이상할정도로잠이빠르게몰려온다는생각이들었지만,수마를버티기에는릴리스의품은너무도따뜻했다.
“Zzz…”
—-
릴리스는아서를빤히내려다보았다.
잠든지얼마나됐다고,그는벌써깊은잠에빠져들어있었다.
‘…미안,아서.’
사실아서가잠들기직전에했던릴리스의입맞춤에는약간의‘힘’이들어있었다.
오늘밤만큼은외부의자극에도깨지않고깊은잠에빠지게만드는힘.
그것은마법도저주도아닌,릴리스고유의힘이었다.
“푹자고일어나면개운할거야.”
릴리스는아서를품에서떼어놓았다.
아서를침대에정자세로눕힌릴리스는그위에슬며시올라탔다.
그리고,
“쓰읍…하아…”
아서의품에얼굴을묻고그의체취를탐했다.
‘이,이럴려고한게아닌데…’
분명사이즈를재기위해서였다.
시작은분명건전한목적을가지고있었지만…
곤히잠든,완전히무방비한아서를바라보자음험한마음이솟아오르는것은어쩔수없는일이었다.
지금이라면아서에게그어떤짓을하더라도그는눈치채지못할것이다.
그래, ‘어떤짓’이라도.
릴리스는손가락을튕겼다.
그러자아서의상의가연기처럼사라졌다.
드러난아서의맨살을쓰다듬는릴리스.
햇빛이닿지않는새하얀속살.
릴리스는홀린듯이그위를만지작거렸다.
야윈아서의몸은릴리스의보호본능을자극했다.
‘내가지켜줄게.영원히…’
릴리스는다시한번손가락을튕겼다.
그러자속옷을제외한아서의하의가연기처럼사라졌다.
릴리스는멍하니그의중심부를바라보았다.
속옷으로가려진그곳은상당한존재감을보여주고있었다.
릴리스는떨리는손으로손가락을튕겼다.
상하의와마찬가지로사라지는속옷.
동시에튕겨져나오는숭어한마리.
“히끅!”
갑작스러운움직임에놀란릴리스는이내멍하니그것을바라보았다.
저번보다더욱기운차보이는그것.
‘역시가래떡보다는…아니,가지보다도…’
“꿀꺽…”
군침을삼킨릴리스는이내고개를휘휘저었다.
이대로덮쳐버리는것은아서의의지를배신하는것이었다.
릴리스는그를존중해주고싶었다.
애써시선을돌린릴리스는정신을집중했다.
그러자릴리스의등뒤로그녀의머리카락들이가느다란몸을일으켰다.
각각의가닥이이리저리꿈틀거리며아서의몸위를기어갔다.
아서의몸통,사지,얼굴같은큰부위부터,
손가락,발가락같은작은첨단부위,
심지어는머리카락한올한올,손톱발톱의사이사이까지.
마지막으로는…
“쓰읍…”
릴리스는입가에흐르는침을애써무시하며마지막남은부위에머리카락을보냈다.
그어떤부위보다조심스럽게나아간머리카락은아서의소중한부위를부드럽게감쌌다.
그러자반사적으로꿈틀거리는그곳.
“히익!”
화들짝놀란릴리스가머리카락을뒤로물리자다시잠잠해졌다.
어디잘못된곳은없는가꼼꼼히살핀릴리스는그저자극에의한반사작용이라는것을깨닫고안도의한숨을내쉬었다.
마침내머리카락이아서의모든부위에달라붙거나,감싸졌다.
릴리스는활성화된감각에서들어오는정보의파도에일종의활홀경을맞이하고있었다.
“아아…아서…”
말그대로머리부터발끝까지,아서의모든신체정보가그녀의머릿속에직접때려박히는것같았다.
릴리스는아서의정보를탐닉하며오는정신적쾌감에몸을부르르떨었다.
정보의조각하나하나가릴리스에게는보물과도같았다.
정신없이정보를받아들이기를한참,마침내측정이끝났다.
아서의곳곳에달라붙어있던머리카락들이제자리로돌아왔다.
릴리스는가쁜숨을몰아쉬며눈을꼭감고있었다.
머릿속에떠다니는정보의파편들을이리저리끼워맞춘릴리스는마침내완성된정보를가질수있었다.
릴리스는격렬한정신활동으로온몸이땀에젖어있었다.
이마에흐르는땀을닦아낸그녀는아서의가슴을쓸어내렸다.
평소라면땀에젖은몸으로아서를만지지는않았을것이다.
부끄럽기도하고,아서를더럽히는행위니까.
하지만지금만큼은…
릴리스는천천히몸을기울여아서와몸을겹쳤다.
자신의몸에서흐르는땀이아서를젖게만든다는것을릴리스도알고있었다.
하지만지금의릴리스는오히려그것이아서를자신의것이라표시하는것같아가슴이벅차오르는것같았다.
땀에젖은몸을비비적거리며릴리스는달뜬숨을내뱉었다.
키차이때문에몸을겹치면릴리스의팔다리가남게되었지만,그차이가오히려보호욕구를자극했다.
아서를끌어안은릴리스는작게중얼거렸다.
“…내거야.”
“내아서…”
“나만의아서…”
릴리스는신입생환영회때의일을떠올렸다.
아서의곁에다가오는불여시같은년들.
간드러지는목소리로아서에게말을붙이는그암컷들에게릴리스는살인충동을느꼈었다.
가장먼저좋아하지는않았다.
그러나가장많이좋아한다고는단언할수있었다.
이세상에서아서를가장좋아하는사람은분명자신일것이다.
아서에대해가장많이이해하고있는것도자신일터였다.
지금의릴리스라면아서의머리카락개수까지말할수있었다.
그의심장이초당몇번을뛰는지,자신을볼때는그속도가몇배가빨라지는지,릴리스는곧장대답할수있었다.
아서또한자신을가장좋아할것이틀림없었다.
프러포즈까지한이상그것은더이상증명할필요도없었다.
헌데그암컷들은…
“으득-”
릴리스의입술사이에서이빨이갈리는섬뜩한소리가흘러나왔다.
당장이라도이세상에태어난것을후회하게만들어주고싶었지만,만약그런다면가장싫어할사람은다름아닌아서였다.
아서가자신을싫어하게된다고생각하자…
“흐읏…싫어…”
“미워하지마…”
릴리스는아서를품은팔에힘을더했다.
눈물이찔끔흐르는것같았다.
아서가부탁하는것이아니라면앞으로릴리스는살인을하지않을것이다.
계약의힘이아니라본인이그러겠다고맹세했다.
그러나아서에게다가오는암컷들을생각하자열불이치솟는것은어쩔수없는일이었다.
릴리스는처음에는이불같은심정이이해되지않았다.
아서와레티가붙어있는것을볼때,그둘이친한모습을보여줄때.
그외에도아서가인간암컷들과대화하고있을때.
릴리스는마음속한구석이쓰라리는것을느꼈지만,그것이어떤감정인지는알수없었다.
최근들어서야릴리스는그것이인간들이말하는‘질투’라는것을깨달았다.
난생처음으로느끼는질투라는감정은자신이아서에게품은마음이얼마나깊은것인지증거하는것같았다.
“…또다시처음이야.”
“너와함께있다보면처음인일이너무나많아.”
이렇게까지푹빠져본것도처음이었으며,이런질투마저처음이었다.
문득릴리스는자신의아랫배를눌러보았다.
서로의처음을교환할수있다는것은얼마나행복한일일까…
하지만지금은안된다.
조금만기다리면되리라.
기껏해야2년이다.
지금껏살아온세월을생각하면정말순식간에지나갈시간.
그렇게스스로에게위안을준릴리스는자세를살짝바꿨다.
측정은오래걸리지않았다.
그러나일부러일찍아서를잠재운이유는다른곳에있었다.
정신적인쾌락을잔뜩맛본릴리스의몸은이미달아올라있었다.
‘해소하지않으면…’
지금당장선을넘을수는없기에,릴리스는스스로위로할수밖에없었다.
“흐윽…흣…”
누가들을사람도없는걸스스로도알고있었지만,릴리스는자신도모르게입을틀어막았다.
어두운방을울리는억눌린신음소리,그소리가그친것은시간이한참지나아침해가뜬이후였다.
—-
“하아암~”
하품을하며기지개를쭉핀나는멍하니천장을바라보았다.
어젯밤은꿈도꾸지않고깊이,매우깊이잠든것같았다.
덕분에온몸에활기가돋았다.
나는기지개로정신이점점일깨워짐을느꼈다.
옆을돌아보자새근새근잠에들어있는릴리스.
그녀의곁에도로누운나는릴리스를꽉끌어안았다.
그리고피부로느껴지는이상함에고개를갸웃거렸다.
‘…어라?원래이렇게뜨거웠나?’
평소에도따뜻하긴했지만지금은살짝달랐다.
조금달아오른것같달까…
고개를들어보니얼굴도조금붉어져있었다.
‘어젯밤에 사이즈 측정한다고하지않았나?’
분명사이즈를잰다고하며일찍잠에들었었다.
그런데이렇게달아오른몸이라니,도대체무슨일이…
어쨌거나,오늘은내가릴리스를깨울차례였으므로,나는릴리스와입을맞췄다.
평소라면릴리스에게서반응이오기까지조금시간이걸렸을것이다.
하지만오늘은뭔가달랐다.
입을맞춘지얼마되지않았는데릴리스의몸이떨려오는것이었다.
이내나를꽉끌어안으며몸을부르르떠는릴리스.
눈을뜬릴리스는초점이흐려지고입술이벌어진,녹아내리는듯한표정을하고있었다.
“어…괜찮아요,릴리스?”
릴리스는잠시말없이나를빤히보더니,돌연침대를박차며자리에서벌떡일어났다.
“…엥?”
갑작스러운움직임에멍하니바라보고있자니,릴리스가말하길,
“난방이너무셌나봐.좀덥네.세수좀하고올게.”
말을마친릴리스는곧장화장실로향했다.
나는닫힌화장실문을멍하니바라보았다.
“…난방마법최하로작동하고있는데요?”
문득릴리스가누워있던곳이눈에띄었다.
손으로훑어보니옅은물기가느껴졌다.
“땀인가?”
라기에는조금미끈거리는것도같은데…
진짜더웠던걸까?
그정도는아니었을텐데…
이상하다고생각하던찰나,릴리스가화장실에서나왔다.
나는릴리스에게물었다.
“…어젯밤에무슨일있었어요?”
“아,아니?아무일도없었는데?”
분명무슨일이있었던모양이다.
릴리스의얼굴이이상할정도로빨갛게달아올라있었다.
사이즈를잰다고하지않았나?
도대체뭘…
생각이깊어지려던찰나,
짝!
릴리스의박수소리가생각을깨뜨렸다.
“오늘은대련도있으니까든든하게먹어야겠지?”
그렇다,오늘은토요일.
오전수업이끝나면나는대련장으로향해야했다.
나는속마음으로중얼거렸다.
‘부디,후배의항문이무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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