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7
*이번 편은 조금 더러운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련이시작되기 얼마 전대기실.
얼마 남지 않은 대련을준비하던대니스는문득대기실구석에서누워있는한사람을보게되었다.
그는잠시뒤자신과대련하게될아서라는이름의선배였다.
대니스는씩웃으며어제의일을떠올렸다.
상위귀족가문의선배님들께인사를드리러돌아다니던대니스는한평민에대한소문을듣게되었다.
무려마력이전혀없다는평민.
어떻게입학하고어떻게이아카데미에서퇴학당하지않고버티고있는지는의문이었지만,중요한것은그선배의이름이아서라는것.
대니스는횡제한기분이었다.
마력이없다니,이얼마나한심한인간인가.
그리고그한심한사람이자신의대련상대라니.
쉽게끝날대련을생각하자웃음이흘러나오는대니스.
그런데자세히보니그의가슴위에는웬털뭉치같은것이뭉쳐져있었다.
‘뭐지?비장의수라도있는건가?’
혹시나하여다가가물어보니,
“고양이.”
“…네?”
“내소환수는고양이야.”
대니스는웃음을참지못했다.
평민과고양이라니,정말잘어울리는조합아닌가.
그런데갑자기,
“경고하는데,저고양이무시하다가는너죽을수도있어.”
입학시험에서차석을차지한카리사.
그녀의경고어린말에대니스의자존심에는큰스크래치가생겼다.
안그래도황녀님에이어차석을차지할예정이었던자신을제치고차석을차지한카리사가못마땅한대니스였다.
그런데이렇게나를무시하다니.
고작고양이따위가뭘하겠다고.
대니스는마음속으로다짐했다.
이대련에서반드시이기겠다고.
그리고가능하면저건방진고양이녀석을묵사발내버릴거라고.
대련순서를기다리는동안송출기에서카리사의모습이나오는것을본대니스는화면앞으로다가갔다.
앞선대련들은전부선배들의승리였으나이번에는다를것이라고대니스는확신했다.
입학실기시험에서카리사가보여준그압도적인마법.
그야말로괴물에가까운실력이었다.
황녀님이아니었더라면반드시수석을차지했을실력이다.
대니스는상대인선배의명복을빌어주었다.
그의예상대로대련은카리사의압도적인승리로끝났다.
대니스는카리사가했던말을다시한번떠올렸다.
저렇게강한카리사가경고할정도라면그고양이에게정말특별한무언가가있단말인가.
이내대니스는고개를저었다.
‘헛소리.그정도로강한소환수를평민이가지고있을리가없지.’
좋은소환수와계약하기위해서는천만금을쏟아부어야한다는것쯤은소환마법사가아닌대니스라도알고있는사실이었다.
그런돈이아서에게있어보이지는않았다.
대니스는카리사의말을그저자신의대한무시에서나온도발이라고치부하기로했다.
마침내순서가되었고,대니스와아서는스테이지에올라섰다.
학생회의신호가떨어지는즉시대니스는마법을퍼부었다.
혹시나하는변수를차단하기위한공격세례였다.
그러나대니스의마법은갑작스럽게나타난보호막에허무하게막혀버렸다.
‘그래,숨겨둔수가있긴했단말이지?’
대니스는마법의속성을바꾸고다시한번마법을쏟아내었다.
그는공격을유도하기위해일부러빈틈까지내어주었다.
하지만공격은날아오지않았다.
‘뭐지?어째서공격을안하는거지?’
대니스는이내마음속으로결론을내었다.
‘설마소환수가공격을못하나?’
대니스는입꼬리를씩올렸다.
하긴,자신의마법을이렇게까지막아낸보호막이다.
저기에공격마법까지사용할수있다는것은말도안되지.
대니스는마법세례를멈추고아서에게말을걸었다.
일부러그의화를돋우기위한조롱의말.
그러나아서는대니스의비난을아무렇지도않게받아들였다.
‘맨탈은꽤나좋나보네.그렇다면…’
대니스는조롱의대상을 고양이로 바꾸었다.
그즉시눈을번뜩이는아서.
대니스는속마음으로기쁘게웃었다.
‘그래,어디한번해보라고.어줍잖은공격은맞받아쳐버릴테니까.’
대니스는마지막도발을하기로했다.
“하,드디어공격입니까?기다리느라지치는줄알았-”
그순간,대니스는무언가이상함을느꼈다.
‘어,어라…?’
꾸루룩…
아랫배가진동하기시작했다.
수많은경험을통해그진동이신호임을알아챈대니스는당혹스러움을감추지못했다.
“이,이게무슨…”
갑작스럽게시작된전조.
‘분명대기실에서도한번다녀왔었는데…!’
결국대니스는마법을취소하며아랫배를감쌌다.
우르릉…
“꺼으윽…”
대니스의얼굴이흙빛으로물들었다.
‘안 돼!안돼!안돼!안돼!안돼!!!참아!참으란말이다!!’
이번대련은그의아카데미생활첫데뷔식이었다.
무능한3학년을짓밟으며자신의위치를공고히할생각이었다.
그런자리에서참지못하면대참사가벌어질것이다.
대니스는괄약근에모든힘을집중했다.
요동치는배를움켜쥔그는힘겹게고개를들었다.
그리고마주했다.
자신을향하는한쌍의핏빛눈과동정이섞인아서의눈을.
대니스는지금의상황이누구에게서비롯되었는지알수있었다.
“끄으윽…이비…겁한…!”
꾸루룩!
“커헉!”
결국대니스는무릎을꿇었다.
그는심판을맡은학생회임원을향해고개를돌렸다.
평민과의대련에서항복이라니,평소라면그의자존심이절대허락하지않았겠지만,
꾸루룩…
‘커헉!’
자존심이고뭐고,지금멈추지않으면그의아카데미생활이끝장나게생겼다.
“하,항-”
항복을외치려던그순간,
-닥쳐.
머릿속을울리는날카로운목소리.
그목소리에담긴힘에의해대니스의턱이굳어버렸다.
“우웁…읍..!”
대니스는자신의입을더듬었지만,그의턱은딱딱하게굳은채로움직이지않았다.
‘안돼!이대로라면정말…!’
이건멈추고싶다고해도멈출수있는것이아니었다.
요동치는배에서내려오는물결은이제꽉조여진구멍바로위에있었다.
‘끄아아아!안돼애애애애!!!’
대니스는눈을질끈감으며생전해보지않은행동을하기시작했다.
‘신이시여,제발!’
사람은스스로도저히해쳐나갈수없는한계상황에도래하면신을찾는다고했던가.
대니스는잘알지도못하는신에게빌기시작했다.
‘누구든지제발!’
그순간,
-불렀어?
어떤목소리가머릿속에울려퍼졌다.
대니스는마치하늘에서내려온동앗줄을본듯한기분이었다.
‘제,제발…저좀도와주-‘
꾸르륵…
‘끄윽…!’
-도와달라고?
뭔가신이라기에는좀가벼운말투였지만,지금의대니스에게는아무래도좋은것이었다.
‘도와주세요,제발!!’
대니스는여태껏살아온이래가장간절한마음을담아빌었다.
그러자신이답했다.
-그럼바지내려봐.
‘…네?’
-도와달라며?그정도도못해?
‘아,아니그…’
도와주는것과전혀연관성이없는,오히려해만끼칠명령이었으나,
‘저,정말그것만하면도와주시는겁니까?’
아랫구멍을두들기는압박감에대니스는제정신이아니었다.
-그래…아,속옷까지전부내려.
‘소, 속옷까지요…?’
-왜,도움받기싫어?
제정신이아닌것을제외하더라도,머릿속을울리는목소리에는어떤위엄이깃들어있었다.
듣는사람으로하여금따를수밖에없는그런위엄이.
이에대니스는,
“꺄아악!”
“저미친놈뭐해!!”
“야야!대니스!너왜그래!!”
여학우들, 같은 학년 동기들, 며칠 사이에 친해진 친우들.
모두가보는앞에서바지를내렸다.
바지를내리는동안배가잠시괜찮아지는것을느낀대니스는목소리가정말로신이라는확신을가졌다.
속옷까지전부내린대니스는마음속으로빌었다.
‘벗었습니다.그러니제발도와주세요!’
대니스는배가낫는즉시눈앞에선배와고양이에게마법을날릴것이라며다짐했다.
…
그러나…
-싫어.
‘…네?’
-이거나먹고떨어져.
그순간대니스의시야에무언가가번쩍였다.
눈을깜빡이자바로눈앞까지도래한빛.
그것은검은광선이었다.
‘어-‘
반응할틈도없이작렬하는광선.
그광선이꽂힌부위는무려,
“끄허억…”
배였다.
배에가해지는압력은안그래도한계였던대니스의괄약근을시원하게열어젖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아!!!”
광선이배에가한압력은추진력으로전환되었다.
뿌드득…뿌직……푸드득…
흑갈색의무언가가하늘로치솟았다.
마치분수처럼솟아오른그것은참으로더러운포물선을그리며도로떨어졌다.
“끄으윽!!”
어떻게든다시괄약근을조여보려는대니스지만,이미열린문은도저히닫을수없는것이었다.
뿌지직…뿌득….뿌왁…
대니스의허리가활처럼휘었다.
막힘없이발사되는그것들이사방에튀었다.
“우욱…”
아서는코를싸쥐며물러섰다.
고약한냄새가코를찌르려하자릴리스의보호막이반짝였다.
-냄새를차단했어.이제괜찮을거야.
-고마워요,릴리스.그런데…
아서는안쓰러운눈길을대니스에게향했다.
-…살짝너무하신것같아요.
광선을약하게쏠수있냐고물은것은아서였지만,그광선을배에다꽂을줄이야…
아서는시선을돌려릴리스를내려다보았다.
만족스러운미소를짓고있는릴리스.
‘무,무서워…’
가능한한릴리스를화나게만들지말아야겠다고다짐하는아서였다.
동시에의문점도떠올랐다.
‘바지는왜내린거지?’
만약바지를내리지않았더라면루이스때처럼적어도분수처럼발사되지는않았을것이다.
그야말로자폭을해버린상황.
아서는바지를내릴때의대니스가마치홀린듯한표정을하고있었다는것을기억했다.
‘도대체무슨일이일어난거지?’
그런생각을하는동안대니스의더러운분수가드디어멎었다.
관람석이침묵에휩싸였다.
모두가충격적인장면을보고얼이빠진채였다.
그런데,
“푸흡…!”
누군가의막힌웃음을시작으로,
“푸핫!”
“푸하하하하하!”
“꺄아아악!”
마치파도처럼웃음과비명이관람석에퍼져나갔다.
학생들은경악하면서동시에웃음을참지못했다.
수많은학생들의소리가우레처럼대련장을울렸다.
그소리에정신을차린학생회임원이대니스에게다가갔다.
코를싸쥔채대니스주변에떨어져있는갈색덩어리들을피해서다가간그들은대니스의상태를살폈다.
대니스는이미침을흘리며자신이뿜어낸갈색덩어리에얼굴을파묻고기절해있었다.
그장면에오만상을찌푸린임원은그를깨우려했으나,
쪼르르르…
“이런씨-”
후속타로흐르는노란액체에결국거리를벌리는학생회임원.
그는아서와대니스를번갈아가며살폈다.
누가봐도승패가명확한상황이었다.
“승자,아서선-우욱…”
코를찌르는지독한냄새에결국입을막으며스테이지를뛰어내려가는심판.
“우와아아아아!!!”
관람석이떠들썩해졌다.
루이스사태를보았던3학년들이무언가를외쳤고,그것이관람석사이에서퍼져나갔다.
“인간분수!인간분수!”
“인간분수!인간분수!”
그들의연호에아서는얼굴이빨갛게달아올랐다.
아서는릴리스를들어올리고는빠르게고개를숙여보이고대기실로내려가는계단으로향했다.
그의뒤로다른학생회임원의목소리가들려왔다.
“에…현재환자발생및스테이지가이물질로오염된관계로다음대련은잠시쉬었다가하겠습니다.”
그 목소리에 아서는 얼굴을 감쌌다.
-으아아!역시인간분수형은너무했을지도…
또한동안학생들의시선이자신에게쏠릴것을생각하니벌써부터손이벌벌떨려오는아서.
그런아서의뺨에,
꾸욱-
부드러운육구가닿았다.
시선을내려보니장난기가득한눈으로자신을올려다보는릴리스.
-그래도통쾌했지?
이에아서는,
-그걸말이라고요?
릴리스를꼭끌어안았다.
그녀의이마에입을맞춘아서는작게속삭였다.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았어요. 고마워요,릴리스.사랑해요.”
이에릴리스도싱긋웃으며말했다.
“나도사랑해.얼른방에돌아가서 쉬자.”
평소의토요일이었으면 같이 점심을 먹으며 침대에서 뒹굴거렸을 시간.
아서는기쁘게웃으며고개를끄덕였-
“비켜주실수있을까요?”
갑작스러운사람의목소리에화들짝놀란아서는고개를돌려목소리의주인을바라보고두번째로놀랄수밖에없었다.
빛나는황금색머리와눈.
제2황녀님이셨다.
[!– Slider main container –]